13일의 금요일이라는 운명(?)의 날에 떠나게 된 금강산행.
시대 상황을 고려해 주위의 반대가 거셌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씩씩하고 의연하게 대처하여 꿋꿋하게 강행했다.
서울에서 밤 10시 반경 출발해 새벽 3시쯤 고성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아침밥이 준비되기까지 식당방에서 잠시 몸을 지지는 행운을 얻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럴 땐 집 안방이 최고인데....
남측과 북측의 출입국 절차가 번거롭고 까다로웠지만 출경수속을 무사히(?) 마치고 버스로 해발 600여m까지 이동하여 만물상 코스에 도착했다.
버스는 106고개를 구비구비 돌아서 88열차를 능가하는 곡예로 산행의 여흥를 더했다.
입구에 있는 무료 위생실(화장실)은 생리현상과는 무관하게 꼭 이용해야 했으니 그 이유는 조금 더 올라가서 있는 위생실은 유료로, 소변은 1$, 큰 건 2$을 받기 때문이다.
버스가 온갖 곡예로 600m까지 오를 때에는 녹음이 가득한 여름의 산이더니 산 안으로 점점 들어갈수록 단풍이 짙어오는 가을산의 절정을 이루었다.
금강산을 이룬 지질층은 태고계로부터 신생계까지 걸친 오랜 지질시대에 속하는 여러 종류의 암석들로 되어있으며, 특히 검은 운모를 섞은 화강암과 얼룩을 가진 화강암이 가장 널리 퍼져 있다고한다.
이런 암석들은 거의 모두가 백옥같은 흰 빛깔을 나타내거나 강한 광택을 띤 가지색으로 금강산 특유의 산빛을 드러낸다.
또 이런 돌들은 자체의 특성에 의해 가로,세로로 나뉘고 그 밖에도 여러가지 복잡한 방향으로 절리가 발달되어 오랜 풍화작용과 지각운동을 받아 특이한 지형과 기이한 바위들을 도처에 이루어 놀라운 광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금강산의 최고봉인 비로봉(1639m)의 남북을 기준으로 동쪽의 봉우리에서는 동해가 한 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내륙 산악지대와 접하는데 이들 지역을 크게 나누어 각각 외금강, 내금강, 해금강이라고 부른다.
금강산은 계절에 따라, 봄에는 온 산이 새싹과 꽃에 뒤덮이므로 금강이라 했고, 여름에는 녹음이 깔리므로 봉래산이라 불렀고 가을에는 일만이천봉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풍악산이라 했으며, 겨울에는 나뭇잎이 지면서 앙상한 뼈처럼 드러나므로 개골산 또는 눈이 왔을 때를 설봉산이라고 부른다.
이런 소중한 자연적 환경 가치를 보존하며 남북간의 교류 확대를 위해 금강산 관광은 현대 그룹에 의해 1998년 11월 18일 금강호의 첫 취항으로 시작되었다니 감개가 무량했다.
초입의 약간 경사진 길과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돌아보는 산세.
헉! 이렇게 멋있을수가 !
'산은 언제 어디다 이렇게 많은 색소를 간직해 두었다가 일시에 지천으로 내뿜는 것일까? 단풍이 이렇게까지 고운 줄은 몰랐다. 몇 번이고 탄복하면서, 흡사히 동양화의 화폭 속을 거니는 감흥을 그대로 맛보았다. 그 밖에도 유상무상의 허다한 봉들이 전시에 할거하는 영웅들처럼 여기에서도 우뚝 저기에서도 우뚝, 시선을 낮춰 아래로 굽어보니, 발 밑은 천인단애, 무한제로 둑 떨어진 황천 계곡에 단풍이 선혈처럼 붉다. 우러러보는 단풍이 새색시 머리의 칠보단장 같다면, 굽어보는 단풍은 치렁치렁 늘어진 규수의 붉은 치마폭 같다고나 할까? 수줍어 수줍어 생글 돌아서는 낯붉힌 아가씨가 어느 구석에서 금방 튀어나올 것도 같구나!'라고 감탄한 정비석의「산정무한」에서의 표현도 무색해지는 듯 했다.
그 어떤 문장이나 그림으로도 담아낼 수 없다고 한 선조들의 선지적인 감상에 숙연해질 수 밖에 ....
또 한 고개 돌아가면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오는 각각의 형상들. 역시 만물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곳곳에 북측 안내원의 감칠맛나는 설명과 '잘 다녀오시라요' 하고 건네는 인사 한마디도 너무 정겨웠다.
와!, 야~! 연발의 감탄사와 함께 계속되는 절경들..... '언제 이 땅을 다시 밟으랴' 하는 아쉬움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에 어쩐지 가슴 한 켠이 짜-안하게 뭉클했다.
70도 이상의 경사진 철계단을 올라가는 아찔함, 거기에 더해 망양정 꼭대기에서 불어오는 드센 바람까지 한 몫한 노정은 올라와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 그 이상이었다.
선조 때 송강 정철은 망양정에서의 조망를 다음과 같이 읊었으니 감회가 또한 남다르다.
망양정에 올라보니 바다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일까
가득 노한 고래를 누가 놀라게 했길래
불거니 뿜거니 어지럽게 구는가
은색 산을 꺾어 내려 온세상에 내리는듯
오월 높은 하늘의 눈은 웬말인가
쓰레기 한 점 없고 다람쥐도 사람을 구경하는, 그야말로 자연그대로 완벽하게 보존된 금강의 모습에 또 한번 감탄했다.
늘 하는 일이겠지만 안내원과 조장의 예사롭지 않은 입담과 사진 촬영 금지 구역에서 비경을 담으려다 벌금을 물게 된 등반대장에 대한 일화는 두고두고 우리 민동산악회에 회자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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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민동산악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