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금강산으로>
가을 하늘 높고, 물이 맑아 떠나고 싶었다.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고 싶어 떠나고 싶었다.
금강산으로!!
연일 신문지상을 뒤덮고 있는 북핵문제를 안주 삼아 이 산행을 통쾌하게 즐겨보고 싶었다.
10월13일 밤10시 덕수궁 앞에서 금강산 여행은 시작되었다.
깜깜한 도심을 가르고 새벽 3시 반에 고성에 도착, 새벽 5시에 보리비빔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아침7시, 출입사무소로 출발하기 전에 관광증을 수령 받고, 핸드폰을 몰수당하고, 카메라 망원경에 대해 교육받으니 북녘 땅으로의 출발이 실감났다. 8시, 남측출입사무소를 출발하여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여 북녘 땅에 들어섰다.
우리가 제일 먼저 만난 것은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막내 봉우리인 구선봉이었다. 거북이 등딱지 모양으로 커다란 바위에 새끼 바위들이 납작납짝 엎드린 돌산이다. 이곳에서부터 온정각까지는 사진촬영금지구역이다. 위반시 카메라 몰수, 반성문 작성, 벌금 100불을 내야 하는 곳이다. 들어가기가 까다롭다고 생각되었다. 4시간을 통과절차를 밟는데 소비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긴장되고 약간 짜증도 나고 그러면서도 신비롭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북녘 땅을 열심히 보게 하는 구간이다. 추수철이라 통행로 너머로는 누런 들판에서 학생과 주민들이 바쁘게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집들은 한결같이 스레트지붕의 비슷한 모양이다. 간혹 자전거를 타고 가는 주민도 보인다. 6~70년대 남측 농촌의 모습이다. 잠깐이나마 북한의 실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구간이었다.
9시,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했다. 온정리는 남측이 지은 온정각휴게소와 북측의 금강산호텔, 옥류관, 서커스공연장, 온천이 모여 있는 금강산등반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만물상은 해발 1041m의 망양대를 중심으로 층암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그야말로 만물의 모든 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코스는 만상정 -> 삼선암 -> 칠층암 -> 절부암 -> 안심대 -> 하늘문 -> 천선대 -> 망양대로 약 3km정도의 거리로 왕복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금강산은 계절마다 고운 옷 갈아입기 시합을 한다. 봄에는 금강, 여름에는 봉래, 가을에는 풍악, 겨울에는 개골산으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가을의 풍악산의 진수를 맛보고 있다. 일행 중 한명이 ‘금강산 단풍은 장미꽃보다 빨갛다’고 외친다. 옛 선인들은 금강산의 산수를 보며 정신수양을 했다고도 한다. 금강산은 신생대의 지각활동에 의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라 바위의 모습들이 일품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과 느낌이 천양지차다. 김삿갓 시인은 ‘금강산의 웅장함은 글로 담아 낼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안심대를 거쳐 하늘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곧 천선대(해발884m)에 도달했다. 기암절벽을 오르락 내리락 하늘과 땅을 오르락 내리락, 어느덧 망양대에 도착한다. 금강산에서 푸르른 동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오늘은 동해바다에 안개가 서려 있어 신비한 맛이 느껴진다’고 북한환경관리요원이 한 마디 보탠다.
‘가자 금강산으로! 다함께 조국의 산하를 느끼자!’ 민동산악회의 주옥같은 문구만이 지금 이순간을 담보할 수 있음이다.
구룡연 골짜기를 들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하산한 후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다.
3시40분, 짧기만한 당일여행일정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북한은 불편하지만 나의 조국의 한쪽임을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다.
금강산은 천연기념물이다. 금강산은 우리 민족의 얼이요 혼이다. 왜냐하면 八功德水(달고 차고 말고 가볍고 깨끗하고 냄새 없고 색이 없고 마셔도 탈이 없는 물)이기 때문이다. 팔공덕수로 목욕하고 우리 민족 모두가 청정함을 얻는 그 날은 꼭 오리라 믿는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하나되는 민족통일의 전초기지임을 잊지 말자.
- 의정부에서 똥파리 재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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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재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