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산행 여정>
두달여를 준비한 산행이었다. 결과는 베리 굿이다. 회원들 모두가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민동산악회 창립 1주기 기념과 평화정착을 위한 취지를 내세웠으니만큼 대충할 수가 없었다. 7차에 걸쳐 준비모임도 가졌다. 준비과정에는 북한큰물피해돕기모금운동도 하였다. 모금액 384,000원을 산행 전날 한겨레통일문화재단에 전달하기도 하였다.
출발 일주일 전쯤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산행이 괜찮겠느냐고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오히려 꼭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들갑 떨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문제가 곧 풀리겠구나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강한 요동은 때론 얽힌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도 하니까. 한반도문제가 해결되려면 한번은 큰 진통을 겪어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온 것 뿐이었다.
10.13(금) 21시30분, 차에서 먹을 간식을 준비해 가지고 윤윤숙고문님과 함께 일찌감치 덕수궁 앞으로 나갔다. 다들 일찍 나오셨다. 처음 보는 분들도 있었지만 참 반가웠다. 어려울때 한마디 불안도 없이 나와 주어 고맙기도 하였다. 황인상선배님이 배웅나와 주셨다.
10.13(금) 22시30분, 버스가 출발했다. 간식과 맥주 등을 마시며 애기를 나누다 하나둘씩 잠에 빠져들었다.
10.14(토) 03시30분, 고성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일부는 차에서 일부는 식당 방에서 5시까지 잠을 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5시에 아침밥을 먹었다. 잠결에 먹은 보리밥비빔밥이었지만 괜찮았다. 밥 먹고 커피 한잔하고 사진 찍고 담소를 나누는 사이에 여명이 밝아왔다. 여명에 일렁이는 파도가 새벽공기의 신선함을 더해 주었다.
10.14(토) 06시30분, 차에 올랐다. 핸드폰 수거, 소지불가물품 점검, 수하물표 작성이 있은 후 출발했다.
10.14(토) 07시, 남측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건물이 꽤 규모가 컸다. 세관검사 등 입출경수속을 밟았다. 외국에 나가는 것과 동일한 형식을 밟았다. 외국 가는 것도 아닌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10.14(토) 08시, 금강산 셔틀버스로 차량을 바꾸어 탔다. 드디어 금강산으로 향했다. 셔틀버스에는 현대아산측에서 고용한 안내조장이 한명씩 배정되었다. 친근한 스타일의 청년이었다. 능숙하게 주의사항을 알려주었고 편안하게 해주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통일전망대를 지나 남측분계선을 통과하였을 때는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50여년 동안 아무도 밟지 못했던 땅(비무장지대)을 여러분이 통과하고 있다’는 안내조장의 멘트에 분단의 아픔이 가슴 한 켠을 비집고 들었다. 북측분계선을 통과하자 북측의 호위차량이 선두와 후미에 붙었다. 감시라기보다는 귀빈안내차량이라 여기기로 했다.
10.14(토) 08시20분, 북측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수속을 밟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우측에 거북의 등 같이 생긴 야트막한 산이 눈에 들어왔다. 여정을 카메라에 처음부터 끝까지 담아가고 있던 나는 자연스럽게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렸다. 언제 보았는지 북한병사가 달려와 카메라는 압수해 갔다. 그제서야 나는 사진촬영금지구간임을 눈치챘다. 일순간 우리 일행은 긴장했다. 차량 안에서 뿐만 아니라 금강산 온정각까지의 모든 북측구간이 사진촬영이 금지영역임을 몰랐다. 남측출입사무소에서는 출발 전 기념사진을 찍은 터라 북측에서도 무방할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사진기를 몰수한다고 했다. 몰라서 그랬다고 한번만 봐달라고 사정하자 돌아갈 때 벌금 100달라(10만원)를 내고 가라며 여권을 압수해 갔다. 안내조장이 옆에서 거들어주어 힘이 되었다. 벌금감액을 시도해 볼테니 편안히 여행하라고 귀엣말을 한다.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10.14(토) 09시, 금강산 온정각에 도착했다. 현금카드를 충전하고, 약간의 간식을 사들고 다시 만물상코스행 셔틀버스로 옮겨 탔다. 이번에는 순수한 이미지의 여성안내조장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온정각에서 만물상코스 입구까지 상당한 거리를 차량으로 이동했다. 금강산의 절반정도는 차량으로 하는 것 같았다. 안내조장은 가는 길에 나타나는 명소에 대해 전설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안내를 하였다. 침착하면서도 똑똑하고 노래까지 잘 하는 만능여성이었다.
10.14(토) 10시, 셔틀버스에서 내리자 북한여성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코스에 대해 안내해 주고 있었다. 특히 이후부터는 유료화장실밖에 없다는 점을 안내조장은 친절히 알려주었다. 우리는 삼일포 일정을 포기하더라도 만물상을 크게 도는 코스로 택하였다. 천선대를 거쳐 망양대로 가기로 하였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맛있어 보이는 감자떡도 좀 샀다. 산에 들어서자마자 기암절벽들이 수직, 아니 그 이상의 각도로 우뚝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붙어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한 컷이라도 좋은 장면을 더 찍기 위해 애를 썼다. 천선대에 도착하자 만물상의 전형적인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런데 만물상이라는 봉우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코스 전체를 만물상이라고 한다는 것을 여기 와서 알게 되었다. 천선대에서 망양대를 향해 가는 코스는 매우 험난했다. 통천문을 통과하는 철계단은 정말 수직상태였다. 어르신들은 오르기 어려울 것 같았다. 험난한 코스를 지나자 더 이상 고울 수 없는 단풍나무 숲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쉬었다. 단풍 속에 파뭍힌 우리 일행은 한참을 즐겼다. 사진도 찍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다들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 자연은 우리 일행을 오랫동안 사귄 사람들처럼 만들어 주었다. 망양대에 도착했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 망양대라 한단다. 제1망양대에서 준비해온 프랭카드(조국은 하나다 가자 금강산으로)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북측 안내원이 사진을 찍어주며 우리 산악회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도 준비해온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답례를 하였다. 제3망양대까지 가서 바다를 본 후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에 만난 천진난만한 다람쥐는 잊을 수가 없다. 손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도토리를 까먹는 모습을 정말 앙증맞았다. 뺑글뺑글 돌려가며 현란하게 껍질을 까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참을 지켜보다 너무 늦는다는 안내원들의 채근에 정신이 들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천진난만한 다람쥐를 보며 때묻지 않은 북녘산하가 느껴졌다. 2시가 되어서야 산행이 마무리 되었다. 북한산채뷔페로 점심을 먹고 일부는 온천을 하고 일부는 쇼핑을 하였다.
10.14(토) 16시, 온정각을 출발하였다. 잠시 후 북측출입사무소에 도착하였다. 나는 맨 뒤에 수속을 해야 했다. 조장의 작업이 통했는지 벌금 30달러(3만원)만 내란다. 기뻤다. 돈을 아껴서라기보다는 역시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구나 하는 느낌 때문이었다. 약간의 긴장마저 우리 여행의 양념이었다. 벌금증서를 끊어주며 기념품이라 여기고 잘 보관하라는 북측사무원의 농담이 나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담아 주었다.
10.14(토) 22시, 서울에 도착했다. 차안에서는 북한의 들쭉술(30도)덕분인지 다들 단잠을 잤다. 피곤한 줄도 모를 만큼 좋은 산행이었다. 내년에는 백두산에 도전하잔다. 사기충천 민동산악회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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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등반대장 윤현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