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민동 하계 산행 및 관광일정에 따른 경비 보고서
- 임시 총무 야부리
8월 1일 첫째 날
9시 40분 태릉입구에서 출발. 1시에 지리산 아령 추어탕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므로 조낸 달린다. 성호형, 현종대장, 나, 윤속, 경희선배와 애덜 넷.
후루룩 쩝쩝, 아영에서 남원 추어탕 한 그릇씩 뚝딱. 애덜 포함. 추어탕 첨 먹어본 맛본 것처럼 새롭다. 맛있다. 48000원 식후 수박 세통 36000원. 서슬이 하얀 수박이 넘 달다. 지리산엔 먹을 게 천지.
등반대장네 집에서 아영 감자에 옥수수에 묵은 김치에 먹고 또 먹는다. 꽁짜다. 신난다. 많이 묵었다. 아이가... 서울서 먹던 물감자가 아닌 고랭지 감자는 마치 햇밤을 먹는 것처럼 포실포실.
흥부 탄생지랑 흥부 발복지를 따라 가다 토기 만드는 곳에서 토기 관람까지 관람료, 없다. 정말 좋다. 서울 시내였으면 한 오천 원은 받을 만한 곳이다. 똥 토기, 장독, 소주 증류기, 시루 등등. 글구 저녁에 먹을 것을 사러 가서 그 유명한 지리산 흑돼지 고기와 소주, 맥주, 과자, 석탄, 철망, 젓가락, 음료수 등 165000원.
실상사 앞으로 긴 내가 흐르고 서산으로 해가 진다. 하늘엔 저녁을 먹은 왜가리가 한 점 점이 되어 하늘을 그으며 날아간다. 동진이가 실상사로 가는 다리 건너 승복을 입고 저기서 오마하고 대영이네도 환한 웃음살을 켜며 합류한다. 실상마트에서 애덜 하드, 모기향 사고 13000원.
저물어가는 첫날 일단 먹고 죽자는 각오로 찾아간 곳은 민박집. 현종이가 바비큐에 불을 붙이고 지리산 흙돼지가 익어가고 여인네들은 먼저 맥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는데 다사롭기가 오뉘 같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손전등으로 귀신 장난에 공놀이에 정신이 없다. 이 와중에 석탄불에 불을 붙이는 성호형은 목숨을 건다. 오늘 밤 안으로 불이 붙을는지. 애덜 장난에 갑자기 외등이 꺼진 밤하늘, 별이 쏟아진다. 쏟아지는 별을 술잔에 받는다. 술이 넘 잘 받는다. 낼 산행은 어쩌나 어째... 방 세 개에 주방과 샤워실, 마당을 쓰는 대가로 이틀에 값 260000원.
8월 2일 둘째 날
기상청 예보에 오전에 비가 안 온다기에 일찍 일어나 산행을 준비한다. 아침을 콩나물국 백반으로 먹는다. 매실 장아찌가 새콤 달콤하고 콩나물국이 속을 달래준다. 60000원. 가게에서 산행 준비를 하며 과자와 식수를 사는데 14000원. 뱀사골 가는 길에 양조장에 들러 달달한 동동주 5통을 산다, 누가 저걸 또 먹을까보냐, 속웃음에 손사래를 친다, 10000원. 이미 주차장으로 변한 계곡 도로를 따라 걷기를 십 여분, 서늘한 계곡 바람이 퍼지는 곳, 서늘하다. 두 대의 차량을 주차하는데 한참을 기다린다. 계곡 끝 주차장에서 주차하고 온 단다. 민형엄마와 은채엄마는 계곡에 남아서 아이들과 쉬기로 했는데, 등산을 못하게 된 것이 못내 아쉬운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남편따라 뱀사골 산행을 하게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던 듯 싶다.
가져 온 짐을 나누고 산행팀은 계곡을 따라 걷는다. 맑은 하늘 아래 계곡물 소리가 점점이 흩어지는 듯 아련하고 천길 낭떨어지로 내리쏟아지는 듯 심신을 울리는 것이 아찔하다. 언제 여기 다시 올까 싶은 마음에 새기고 또 새겨 듣고 본다. 워낙에 큰 산이라 가도 가도 그 뿐인 듯 산속으로 들어가도 오르는 길은 좀체 나오지 않는다.
야트막한 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와아 하는 소리와 함께 다다른 곳은 이름 그대로 와룡소. 계곡 사이 사이로 드러나는 못은 푸른 하늘빛 옥을 머금고 소용돌이 치며 용이 솟아오르듯 싶다. 계곡으로 들어가면 인당 50만원이라는 경고판을 뒤로한 채 옥같은 물에 탁족을 하려 불법을 감행한다. 어쩌랴! 구름 낀 바위에 천년을 산다는 학이 우릴 맞아 넘놀고 심산유곡에 발을 들여 논 것이 이미 속인이 아닌 것을. 인당 오십만 원씩 삼백 벌었다, 크크. 가져온 동동주를 마시며 윤 박사님의 한반도의 외교 정책, 경제 정책과 관련된 시국 강연을 듣고 집 한 채씩 사기로 했다. 뭔 소린지 모를 얘기겠지만, 알고 싶은 사람은 등반 대장에게 술 한 잔 사쇼, 히히.
산행을 끝내고 돌아와 점심으로 산채 백반을 먹는데 매콤한 북어국이 어찌나 시원하든지 속이 환하게 밝아온다. 게다가 지리산 산나물로 고추장에 쓱쓱 비벼서 한 입 먹는 맛은 정말 장난 아니다. 달콤매콤한 고추장과 고소하게 끌어당기는 참기름의 첫맛, 향긋한 풀내음과 씁쓰레한 감칠맛이 나는 나물의 질감이 깔끄럽게 미끈하게 돌아 나온다. 96000원. 주차장으로 내려가는데 넓어진 계곡에 파아란 바람이 불고 더위를 식히러 나온 행락객들이 여기 저기 멱을 감고 있다. 주차비 10000원. 실상사로 오는 길에 황산에 들러 동진이 역사 강의를 듣는데 마치 신라와 백제의 계백 장군 오천 결사대가 싸운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니겠는가? 허풍을 떤다. 여기 덧붙여 등반대장은 태조 이성계가 왜구와 싸운 황산이 사실 고려의 마지막 저항세력을 비난하기 위한 이성계의 모함이라는 그럴싸한 가설을 듣기도 했으며, 그 이야기 끝에 공사 중인 사당 옆에 있는 냉장고가 사실은 전쟁 당시에 쓰던 것이라는 사족을 내가 덧붙이기도 했다.
천년 고찰 실상사로 들어가는 다리 앞 실상 마트에서 하드 하나씩 뽑아들고 더위를 식힌다. 달달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은 어른도 아이들도 함께 냠냠, 10300원. 실상사 입장료를 스님 아저씨께 장난으로 깍아 달랬더니 정말 깍아준다. 입장료 깍아주는 곳은 첨 봤다. 크크. 모두 10000원에 해결해 버린다. 실상사로 들어가니 대웅전이 없다. 이곳은 부처를 모시지 않고 아미타불을 모셔서 그렇다고 한다. 동진이가 예전 실상사에서 대안학교를 했기에 안내를 자처한다. 하지만 내용은 들리지 않고 그냥 어느 젊은 스님의 웃는 얼굴만 보인다. 해맑다. 지리산에서 거진 10년을 살더니 그저 동진이도 지리산 어느 자락의 흐드러진 망초처럼 보인다.
단청을 하지 않은 절간은 황토빛 살결을 한 기둥과 서까래, 포와 추녀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산골에 시집 가 홀로된 소년 과부의 여염집같이 고색창연하다. 석가탑의 모범이 되었다는 삼층석탑도 그 흔한 철난간도 없이 돌바닥 위에 퇴락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윽한 절과는 어울리지 않게 마당귀에 외롭게 선, 붉은 꽃잎이 점점이 흩뿌리듯 한 나무는 대롱나무라 한다. 해우소의 기둥과 보는 굽은 나무를 자르지 않고 굽으면 굽은 대로 곧으면 곧은대로 자연스럽게 얹어 썼는데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천년을 이어간다니 사람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쓰임을 얻을 때 자신의 역할을 다 하려니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절간 한켠에 철제약사불이 계시다. 절간은 불이 나서 다 타버렸지만 녹지 않고 천년을 버티고 있다고 하신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살아갈 약 한 사발 내려주셨으면 좋겠다. 실상사를 나와 저녁으로 토종닭을 잡아먹기로 했다. 쫄깃한 김치토종닭볶음 하나 닭백숙 둘을 옹기종기 모여서 먹는다. 잘들 먹는다. 반찬도 맛있고 토종닭도 맛있다. 피곤한 김에 술 한 잔씩 먹고 깊은 잠에 빠진다. 120000만원
8월 3일 셋째 날
밤 깊어 비가 세차게 내린다. 기상청 예보가 조금 늦었지만 맞았다. 누가 싸우는 듯 아우성을 치며 비가 내린다. 마지막 날이라 서둘러 이른 아침을 찾아 북어국을 먹는데 역시 시원하다. 이 동네는 매실 장아찌와 산나물과 함께 북어국이 대표적인 음식인 듯싶다. 55000원.
날씨가 개었다. 장마 전선이 동해안으로 빠져 나간다고 하는데 폭염 속에서 남원 시청을 찾아간다. 원래는 광한루와 혼불 문학관을 가보기로 했지만 상행길이 막힐까봐 광한루만 가기로 하고 대신 시청에 들러 지리산과 남원권 전역을 축소한 미니어처를 보며 등반대장의 설명을 듣는다. 하늘에서 바라본 듯 우리가 사흘 동안 머물렀던 곳들이 어디인지 한 눈에 쏙 들어온다. 실상사, 지리산 뱀사골, 아영 고원과 황산...
관광안내 책자를 끼고 광한루로 향한다. 길가에서 떡 하나씩을 어린아이들처럼 입에 물고 신나게 들어간다. 28600원. 돌다리를 건너며 잉어들이 먹이를 먹으러 힘차게 헤엄을 치고 다닌다. 아이들 눈에는 다른 것보다 이런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며 동진이는 자신의 추억을 더듬는다. 광한루에 올라 보니 한 여름 뙈약볕에도 더위를 느낄 수 없다. 연못의 수면 위로 불어 오는 바람이 시원하기 그지 없다. 서울에 올라갈 일만 없다면 계속 이러고 사나흘 거풍이나 하고 싶어진다.
시간이 늦어 그냥 서울 올라가며 점심을 사 먹고 싶은데 대장이 남원에 와서 추어탕 한 그릇 안 먹으면 섭섭하다고 해서 남원 추어탕과 추어튀김을 시켜 먹었다. 껄쭉한 것이 입에 쩍쩍 와 붙는다. 고소한 튀김은 아이들도 잘 먹게 한다. 나도 좀 먹었는데 안 사람에게 힘 좀 쓸 것 같은 예감이다. 12만원.
끝으로 이번 일정을 짠 등반 대장에게 감사하고 날씨로 도와준 하늘에 감사하고 함께한 대원들 에게 감사한다.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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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야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