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문화기행을 다녀와서.....
이박삼일의 일정이었지만 돌아와서 글을 쓰려니 참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었다. 회사의 일로 후발대로 출발하게 된 나는 안식구와 민형이를 데리고 출발을 하게 되었다. 7월에 직장동료들과 강원도를 갔다 온 일이 있어서 민형엄마는 또 여행을 다녀오는 것에 대해서 경제적인 부담을 상당히 느끼는 상태였지만 민동산악대장님께서 민동산악회에 올린 일정표를 보더니 마음을 돌려서 가족끼리의 여행이 될 수 있었다.
인터넷에 가는 길을 알아보니 새로 뚫린 고속도로가 있어서 세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렇게 준비를 하고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리산으로 향하였다.
아직도 운전에 익숙지 않은 나는 경제속도로 달렸고 중간에 금산인삼휴게소에서 이십분 정도의 휴게시간과 경치를 감상하는 데 보내느라 네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려 저녁 일곱시 쯤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는 깨끗하게 지어놓은 양옥이었고 마당이 있는 집이어서 더욱 좋았다.
일찍 도착하셨던 분들이 현종이형 댁에 들러 현종이형 어머님께서 싸아 주신 옥수수, 감자, 상추, 김치 등이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흑돼지바베큐파티시간이 준비되었다. 현종이형의 이웃집에서 키우던 흑돼지라고 하였다. 목살을 준비했는데 아주 양이 많았다. 성호형님의 불 피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댁에서 가끔씩 아이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신다고 말씀을 하시는 데 역시나 준비가 잘 되었는지 처음 잘 안 살던 숯불이 빠알갛게 피어 올랐다. 그때의 광경을 아랫 글로 묘사를 해 보았다.
별들은 총총하게 빛나던 지리산 산자락 아늑히 앉은 집마당에서
소리 없이 붉게 타들어 가는 숯불을 쳐다보니
어렸을 적 아궁이에 고구마 감자 넣어 놓고 불 때던 기억이
아스라이 겹쳐지던 밤
올려진 고기는 지글지글 익어가고
숯의 향과 열기를 간직한 안온한 따스함이 이 밤을 채우네.
익어가는 고기와 돌아가는 술잔에 몸은 들떠지고
밤하늘의 은하수는 남에서 북으로 길게 걸쳐져 있네.
오늘밤이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은 아니었지만
오늘밤은 꼭 그들이 만나 해우의 정을 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밤이었으니
총총한 별들을 보던 경희누님과 윤숙형수님의 노랫소리가 들리니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 직녀에게란 노래를 부르니
흥은 절로 나더라.
입안 가득 들어간 고기는 육즙이 가득하여 접시에 올려 놓자 어느 새 없어지더라.
성호형님의 이야기는 밤새는 줄 모르고 이어지고
동진이 형의 별구경가자는 이야기에 일부는 별보러 실상사 위 지리산 자락으로 올라가니
올라가는 길에 본 반딧불이며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에 밤은 깊어 갔네.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들의 아름다움을 어찌 이 짧은 글로 표현하랴만은
빛나던 별빛 우리가 도시에 살면서 너무도 많은 것을 잃고 살고 있구나!
깨닫게 해주었네.
숙소에 돌아가 잠을 자니 낯설은 곳이라 그런지 깊은 잠은 못 이루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을 깨었다. 둘째날은 지리산 산행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계곡물에서 놀기로 하였다.
맑은 물 녹색빛이 감도는 청정한 물속을 보니
전설 속 이무기가 다시 살아나 용으로 승천하는 듯
계곡의 물빛은 용의 비늘처럼 빛난다.
한마리 용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의 계곡
그러니 사람들이 이곳을 뱀사골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아이들을 보느라 성호형 형수님과 민형이 엄마는 같이 산행을 하지 못하고 계곡에 앉아서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같이 산행을 못함이 참으로 미안하고 아쉬웠다.
물을 만난 고기마냥 신나게 노는 아이들
용의 정기라도 받을 듯 계곡의 찬물에도 아랑곳 없이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두고 우리는 뱀사골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참으로 맑은 물 속에 깊은 심연의 녹색빛으로 가득찬 뱀사골
우리는 12:00까지 산행하기로 하였기에 지리산 정상까지는 가지는 못하고
뱀사골을 따라 올라가다가 [출입금지 벌금오십만원]의 경고판이 써있는 계곡아래에 진을 치었다. 양조장에 가서 직접 사온 동동주에 우리들은 시원한 계곡바람을 맞으며 한낮의 뜨거운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정말 계곡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는 물러가는 것 같았다.
뜨거운 햇살이었지만 나무그늘과 계곡물에서 나오는 한기가 더위를 식혀주었기 때문이라.
우리는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어제의 과음도 잊은 채 입안으로 꿀맛같은 동동주를 마셨다.
그 자리에서 윤현종등반대장님의 부동산특강이 있었는 데 여기에 간단히 실어 본다.
남북관계로 발생할 경제적 외교적 문제들과 그 속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하여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였는 데 그 내용은 여기에 다 실지 못함은 유감이다.
그날 명강의를 해주신 윤현종등반대장님께 다시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부동산학계의 거장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금방 내려갈 시간이 되어서 못다한 이야기는 나둔 채 발길을 돌려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거의 두시경 쯤이었을 것이다. 배고픈 줄도 모르고 아이들은 여전히 물속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밥때가 되었는 데도 나갈 생각이 없어서 우리 어른들도 산에서 못 놀았던 물놀이를 신나게 하였다. 근처에 예약된 식당으로 가서 산채비빔밥을 먹었는 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표고버섯탕은 술해장에 기가막히게 좋았다. 매콤한 고추와 북어가 들어간 국이었는 데 시원한 맛이 아주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일정에 따라 황산대첩비가 있는 곳과 가왕 송홍록 국창 박초월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고즈넉한 산하에 산을 낀 너른 평야 그곳에서 송홍록선생과 박초월선생님께서 자라고 배웠을 것이다. 작은 내를 낀 곳에 자리잡은 생가는 아담하게 지어놓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우리가 보았던 시골의 옛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금방에 가구가 살지 않는 것이 다소 아쉬었다. 지금 우리 고향의 씁쓸함을 보는 것 같아 한편으론 가슴이 아펐다. 여기서 잠시 88연동진형님의 왜구에 관한 다른 이야기가 있어 잠시 옮겨 보면 그들은 우리의 민초들이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이란 설명이 있었다. 다소 의외였는데 이곳 지리산이 중앙권력이 힘이 가장 적게 미치는 곳이었으니 권력에 쫓기고 못살게 된 유민들이 모여서 권력에 대항하였다면 그들을 지배층에서는 왜구라는 이름으로 학살할 수도 있었을 것이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역사의 전란과 승리 그 속에서 죽어간 수많은 민초들 결국 전쟁이란 민초들의 수많은 죽음속에서 거둬지는 승패의 기록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숙소근방에 있는 실상사의 관람이 있었다. 벌써 시간은 여섯시를 넘어서 가고 있었다.
다행이 해는 긴 때이라 실상사로 들어가는 길에는 꿀과 각종 산나물을 파시는 분들께서 쓸쓸히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길가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꿀을 먹어 보라고 하며 장사하시는 분도 계셨다.
실상사안의 구경을 하면서 우리 연동진형의 설명에 모두들 귀를 기울였다. 특히나 실상사에 있던 옛 해우소에 대한 이야기 그 건축술의 뛰어남에 대해서 설명을 할 때는 역시나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절로 공감이 갔다. 나무가 뒤틀리면 뒤틀리는 대로, 굽어지면 굽어지는 대로 쓰면서 자연의 미를 한 껏 살린 멋을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실상사 경내에 있는 삼층석탑과 석등 그리고 약사여래좌상의 온화한 미소, 특히나 놀랐던 것은 철재로 만들어졌기에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의 부처님의 상일 줄 알았는 데 어떤 불력인지 아니면 정성인지 모르지만 세상을 치유한다는 약사여래불의 모습을 정말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모습에 정말 놀랐다.
철재약사여래좌불상
찬 철기 갈아 만들었네.
녹하나 없이 천년을 갔다네.
눈빛은 세상의 고통에 찬 사람들에게
자애로움을 보이시니
약사여래좌불상을 만드니의 공덕이
부처님까지도 감복하였이리라.
세상에 병든자 고쳐주는 약사여래불이여
우리네 갈라져 신음하는 이 나라에도
따뜻한 손길이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내려오면서 동진이형이 처음 실상사에 와서 대안학교의 선생님으로 있으면서 사용했던 기숙사며 교정을 보았는 데 녹슬은 자전거 한대와 얼굴을 그린 해바라기들이 아이들의 웃음소리, 땀내음, 그때 심었던 열정들이 고스란히 보이는 듯 했다.
긴 여정의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아침에 예약했던 토종닭으로 만든 백숙과 닭볶음탕으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은 첫째날과는 다르게 바람한점없이 무더웠다. 그리고 하늘의 별들도 보이지 않은 밤이었다. 비가 많이 오리라 생각이 들었는 데 밤새 비소리가 크더니 많은 비가 내렸다.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그치어서 더없이 화창한 나들이가 되었다. 그 새벽 비가 그치고 경희누님께서는 실상사를 가셨는데 연못에 핀 연꽃들이 활짝 핀 모습이 매우 예뻤다고 보고 오심을 자랑삼아 말씀하셨다.
비개인 새벽 동이 터올 무렵
푸른 잎파리들로 덮인 못에
한가득 피었을 연꽃들
푸른 빛에 더욱 빛나는 하얀꽃들이
눈앞에 선하니
거기에 서있는 여인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세째날 모든 일정의 막바지 춘향과 이도령이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는 광한루로 향하여 갔다. 비개인 아침이어서 더욱 청명한 날씨가 우리를 반기니 우리의 여행은 더욱 즐거웠다.
광한루에 올라 대자로 누워도 보고 가족사진을 찍으며 광한루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벌써 시간은 열두시 쯤 우리는 그 유명한 남원추어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식사후 근처 상점에서 칼과 도마 등을 사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마지막 모두 모여서 사진을 찍으며 대단원의 지리산 문화기행을 마쳤다.
지리산문화기행을 준비해 주신 민동산악회 및 가장 수고가 많으셨던 윤현종등반대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또한 민주동문회에서 지원해 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 이유들로 함께 하지 못 했던 분들께는 다음 기회에는 꼭 같이 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며, 모두들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올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여행으로 민동산악회 및 민주동문회가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민주동문회 산악회 김 대 영 올림.
지리산
어머니의 품으로 달려가자.
삼도를 아우르며
가야의 왕 수로가 태어난 곳
모든 이를 넉넉히 안아줄 이 산
푸른 물결은 용이 되어 오르고
키작아도 천년을 가는 주목이 지키는 이 산
어미의 젖살처럼 부드러운 흙으로 된 이 산
천년이 가도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을 지켜 주는 산
우리는 이 산을 영원히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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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대영 
